§ 유령해마

유령해마 (한국 소설)
장르 : SF, 성장

2019년 11월 11일 발매된 문목하 작가의 장편 소설. 눈에 띄어 우연히 구매해서 보았다. 전 작품이자 데뷔작인 「돌이킬 수 있는」 이 상당히 유명한 것 같지만, 아무튼 내가 접한 건 이 책이니 이 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 이야기는 기술발전이 보편화 된 세계, ‘해마’ 라고 불리는 범용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채 어린 나이로 발견된 이름 미정, 주인공 ‘이미정’과 거기 얽힌 범용 인공지능 해마인 ‘비파’ 가 자아내는 이야기이다. 서로 관계 없어 보이지만 인간을 돕는 해마인 ‘비파’, 대기업 ‘베딘’의 과실로 인해 소송을 불사하는 ‘이미정’ 등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모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해마의 모습, 그리고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계속해서 발을 옮기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성장과 이해를 주제로 삼는 듯 하다.

범용 인공지능인 해마의 이름이 모두 악기 명칭인 것(비파, 비올라, 신디, 소고, 오보에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그리고 그 해마가 인간의 감정이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가장 잘 흔드는 것 중 하나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도구의 이름인 것이 꽤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사실 이미 AI가 보편화된 현재의 감각으로 이 소설을 봤을 때, 해마라는 범용 인공지능은 현재의 AI에 비해 훨씬 순진하고 어리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하려는 티끌만한 새싹으로 보이는 해마의 모습은 기술이 너무 빨리 픽션을 따라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가는 분명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와 조사를 했겠지만, ‘기술이란 과연 어떤 속도로 발전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어떻게 구현되는 것인가?’ 그리고 ‘가장 현실성 있는 Science Fiction 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던지는 데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예 별도의 세계관을 창작한다면 모르겠지만, 기존에 있던 기술을 앞서가는 무언가를 덧씌워 미래를 상상해 그려나간다면 적어도 현재의 보편적인 사람들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너무 과한 잣대라는 것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글은 참 잘 쓴다. 비록 백업과 메인을 오가는 해마의 괴랄한 인칭대명사와 짧은 호흡의 티키타카 속에 헷갈리는 시점의 전개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 있고 다음 장을 넘기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무언가가 이 책엔 존재한다. 비록 위에서 신랄하게 평가를 했지만, 일반적인 독자들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설득력과 전개와 내용의 즐거운 시리어스함이 존재했다는 얘기이다.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그들은 해낼 거라고 믿는 결론 또한 맘에 들었다. 무조건 1을 바라보는 것도, 무조건 0에 매몰되는 것도 아닌 믿음과 실패 속에서 돋아나는 움직임이 인간에게도, 해마에게도 있다고 애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비록, 삶이 그처럼 고되더라도.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책은 상당히 많은 창작적 영감을 주었다.

단순히 이야기에서 이용한 도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꽤 괜찮긴 했다는 이야기이다. 갑문의 아름다움은 나야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책은 꽤 아름다웠어 이 멍텅구리야.

아래는 내가 구매한 2026년 발매된 소장판 커버 이미지. 양장본 하드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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