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국 영화)
장르 : 시대극,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다큐멘터리
지인이 보고 와서 꽤 괜찮다고 추천해줘서 봤다.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오랫만에 본 편인데,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굉장히 별로였다.
인터뷰 형식으로 6개 파트로 구성된 영상들의 연결로, 마치 다큐멘터리나 「파묘」 식의 구성을 보는 것 같다.
스토리는 태어날 때 부터 장님이던 도장장이 아버지의 다큐를 찍는걸 돕던 아들에게,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이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목 답게 배우들의 표정연기가 굉장하다. 어느 배우 하나 빠질 것 없이 연기력으로는 나무랄 데 없으며,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받쳐주는 음향 또한 감정의 절절한 호소력에 격을 더한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싹 다 병신이다. 입체적이지도 않고 진부한 악역에 행동 하나하나가 작위적이고 감독 편의주의적이다.
구체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단점은 다음과 같다.
감독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겠다. 그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행태가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악역이기 때문이며, 마지막에 손바닥 뒤집듯 본인의 신념을 바꾼 주인공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도대체 얼마나 못생겼으면” 이라는 주제를 안고 달린다. 만나는 모든 이들마다 장영희는 못생겼다, 똥걸레같이 생겼다, 괴물같이 못생겼다.. 라고 얘기한다.
그걸 영화적으로 은근히 녹여내는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이 대놓고 이야기한다. 관객들에게 “장영희는 못생겼다” 를 거의 칼을 들이밀고 강요하듯 한다.
그럴거면 마지막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게 낫지 않았을까?
상영시간 내내 못생겼다고 대놓고 읊어놓고 마지막에 사진을 보여줬을 때 관객들이, “어. 그닥 못생기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야 할까? 사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영화를 봤으면 자신을 똥걸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공백의 얼굴에 못생겼다는 이름을 부여한건 관객이 아니라 감독이다. 지독하게 떠들어댔던 1시간 42분의 폭력이다.
그리고 다음은 등장인물들의 선악이다.
이 영화에서 선하게 표현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얼굴없는 주인공 장영희 이외에는 말이다.
그게 잘못됐다는건 아니다. 오히려 감독이 이걸 교육영화로 쓰고 싶어서, “악한 의도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얼굴」 은 매우 보기 좋지 않으니 당신들도 그러지 않길 바란다” 라는 의미면 그러려니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유일하게 선한 인물인 장영희는 놀림받고, 구박받고, 바지에 똥을 지리고, 얻어맞고, 살해당한다. 그리고 얼굴조차 나오지 않는다.
시몬 베유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상상 속의 악은 낭만적이고도 다양하나, 실제의 악은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도 지루하다. 상상 속의 선은 지루하지만,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매혹적이다.”
선을 이야기하라는게 아니다. 악을 단조롭고 지루하게 완성했다고 뭐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대중 예술이며, 예술로 인정받기 위한 “예술적임” 도 그닥 느껴지지 않는데 “대중적임” 또한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이말이다.
이 영화는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 지루하다니까?
아래는 내가 본 영화 티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