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 (Replicas) (미국 영화)
장르 : SF, 스릴러
2018년 개봉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SF 영화.
스토리는 기억을 인공 신체에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주인공 윌리엄 포스터가 교통사고로 가족을 전부 잃고, 가족의 복제를 만들어 되살리는 내용이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각본이 별로다.
곳곳에 놓인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전개 때문에 복제인간이라는 주제가 담고 있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에 대한 의도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유사 자비스를 쓰는 부분들의 대사와 동작은 오글거려서 보기 괴로우며, 감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일관성 없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에도 공감하기가 어렵다.
대사에 윤리적인 이야기를 넣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대충 악덕 기업과 선량한 가족들의 이야기로 퉁친 것 같은데, 이야기의 구성이 참으로 허술하고 결말조차 이해가지 않아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나사빠지고 의미없던 장면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한번에 PODS로 만들 수 있는 신체가 3개고, 만드는 데 17일밖에 안걸리면 데이터를 백업해둔 채로 나중에 다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가족들의 기억을 지우면서까지 조이를 없애버리는 장면이 필요했나? 심지어 마지막 장면엔 조이를 되살려서 데려오기 때문에 초중반부의 조이를 잃고 기록을 지우는 장면의 당위성이 매우 희박해진다.
가족들의 SNS와 직장에 연락을 돌리는 과정은 과연 필요했던 것인가? 이 장면은 영화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고, 아주 약간의 쓸모 없는 긴장감을 살짝 불어넣고 이후에도 사용되지 않는다. 배터리 도둑을 찾는 경찰 또한 마찬가지. 영화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만들고 수정도 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든다.
가족을 되살린 뒤 기증자의 시체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는 주인공 감정은 굳이 표현되었어야 하는가? 윌 포스터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 외엔 그닥 선한 인물이 아니게 묘사되며, 이후에도 그 스스로의 의지로 경호원 및 회사 중역을 죽여버리고 복제인간을 만들어 뒤에서 운영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굳이 따져보자면 기업보다는 주인공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물론 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가 “복제인간을 허용하고 부자들의 제 2의 삶을 허용하라”, “전쟁에 파일럿을 복제해 이용하고, 바이러스에는 해커들의 정신을 심겠다” 같은거라면 그러한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가 가겠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만들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나오는 복제인간 기술은, 분명 우리에게 자주 얘기되는 생명을 통제하는 과학기술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윤리, 모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매개체가 잘못되었다. 그러한 질문을 올바르고 설득력있게 던지고 싶었다면 영화를 이렇게 만들면 안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