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메시스의 서

네메시스의 서 (한국 소설)
장르 : 오디오북, SF, 아포칼립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네메시스 (Nemesis)」, 혹은 네메시스 가설을 모체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느낌의 SF 소설. 지은이의 말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1990년부터 1992년 초반까지 PC통신 케텔에서 연재되었던 국내에서 2번째로 출판된 PC통신 소설이라고.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고, SF소설이 국내에서 거의 부흥하지 못하던 시기의 작품이다. 오죽하면 2000년대까지 한국의 SF소설 시장은 서로가 작가이자 독자인 500명의 인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자조했을 정도.

하지만 그런 역사적 배경에 비해 작품성이나 스토리는 상당히 아쉬운 편이다. 오죽하면 들으면서 한숨도 상당히 많이 쉬고, 스토리를 중학생이 짠 건가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주된 줄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고성능인 슈퍼컴퓨터 오메가가 작중 3년 뒤인 2194년에 태양계로 접근하는 혜성에 대해 계산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오메가를 개발한 박사 이상현의 아들 이희수가 주인공인 시점에서 벌어진다.

3년 뒤 태양계 주변에 접근할 혜성에 대해 오메가의 말만 믿고 이상현 박사 외의 인간들이 아무 계산을 하지 않거나, 한국의 대통령과 각 국의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우주선을 만들라는 지시까지 슈퍼컴퓨터에게 듣고 아무 의심도 없이 우주선을 만드는데 착수하지만 정작 이유는 물어보지 않는다.

이 정도만 들어도 알겠지만 오메가는 당연히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생각하고 재건할 인류를 선발하기 위해 해당 지시를 한 것이고, 그 인류 또한 오메가가 선발했다.

작중의 모든 이야기가 오메가를 의심하다 초반에 살해당한 주인공의 아버지와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3년 내내 거의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저 슈퍼컴퓨터에게 맹목적으로 따르는 굼벵이같은 지능 수준을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에서 개연성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엔딩 또한 별 이변 없이 지구와 주인공, 그리고 오메가가 함께 멸망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3년동안 국제 범죄자로 현상수배 된 주인공 하나를 못 잡는 정보기관, 전투용 장갑병도 있는 세계관에서 입자포 하나 들고 침투하는 주인공을 못 잡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 인공지능이 명령했다고 우주선 만들어놓고 멸망당할때까지 손 놓고 있는 대통령과 전 세계 고위 관료들.

작중에 비는 시간이 너무나도 많고 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아 전개가 참으로 이상하여 묘하다. 이 정도 수준의 지구라면 멸망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오메가의 음모를 알아채고 오메가를 파괴하려는 박사의 말에 조수가 ‘그건 살인 아닌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등 현재 시점에서는 해당 슈퍼컴퓨터는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슈퍼컴퓨터라는 명칭으로 묘사된다. SF 소설의 시대적 인식 변화와 PC통신 초창기의 출판물이라는 상징성 외에는 작품으로써의 수준은 크게 높지 않은 것 같다.

오디오북이라 일부가 잘려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오래 된 책인데다 큰 인기가 있던 책도 아니라 표지도 찾기 어려웠다.

가끔 들르는 강릉의 모 도서관에 해당 소설 원본이 있다고 하니, 시간이 날 때 찾아서 책으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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