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한국 영화)
장르 : 스릴러, 블랙코미디, 범죄, 가족
2025년 8월 베니스 국제 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평소 영화를 즐기는 지인들이 재밌다고 해서 봤다.
1997년 발매된 도널드 E. 웨스트드레이크의 소설 「도끼 (The Ax)」 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로, 이미 2005년에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영화화가 된 적이 있다.
우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재밌었다. 박찬욱 감독은 대중성과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전혀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와 완벽한 음향, 코믹한 구도와 색채에 빠져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초반은 다소 지루하고 스토리는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었으며, 개연성 또한 부족했다. 솔직히 전혀 생각도 못한 전개와 뜬금없는 코미디가 나올 때 마다 뇌를 강간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역량보다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연기력과 음향 덕분이었다.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특히 음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의 음악이 영화의 입체감을 더한다.
이 영화는 우선 고용 불안정에 대한 공포, 그로 인한 가족들의 냉대, 후반부에는 AI의 대체로 인한 일자리의 상실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어느 시대에서든 일자리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은 매우 무겁다.
하지만 꽤 큰 기업에서 25년간 일해온 중상위계층의 직장인이 해고된 후 1년만에 집이 넘어가야 할 지경이 되고, 넷플릭스를 해지해야 할 만큼 빈곤해진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한 면접에서 긴장되어 다리를 떨면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여 면접을 망치는 주인공의 모습과, 레드페퍼페이퍼라는 가짜 회사를 만들며 프레젠테이션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뭇 대비된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총을 쏘면서 상대의 눈을 가려야 할 만큼 여린 성격을 가졌음에도 단지 취업을 위해 3명이나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음은 치통에 비유한 골칫거리의 커감인데.. 왜 치과 안가냐? 진짜로? 부인이 바람피울까 봐 걱정되고 그 치과가 꼴보기 싫으면 다른 치과 가면 되는거 아니냐.
반복되는 가정불화, 수없이 변하는 화면 전환 속의 각종 골칫거리들은 분명 영화적인 메시지를 담뿍 담고 있지만, 관객인 나에게는 골치아픈 치통처럼 다가온다.
영화는 분명 재밌었지만 블랙코미디와 사회풍자, 살인이라는 범죄 속 피카레스크식 메시지에서 즐기지도, 두려워하지도 못하는 내 모습은 그야말로 미묘한 감정이었다.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모종의 불쾌감과, 누가 이 영화를 설명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감이 계속 맴돈다.
아래는 내가 본 영화 티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