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세 (한국 시)
장르 : 시
2003년 시집 「사춘기」 에 등재된 김행숙 시인의 시이다.
대충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보면 시에 무언가가 숨어있다.
시에는 네 사람이 등장한다. 나와 나를 유모차에 태운 여자. 그리고 나와 당신.
네 사람은 각각 동일한 행동을 한다. 내가 여자를 올려다보면, 여자도 어딘가를 올려다본다. 내가 당신을 올려다보면, 당신도 어딘가를 올려다본다.
나는 당신이고, 당신은 나다. 나는 엄마이고, 엄마는 나다.
삼십세의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바퀴처럼 구르고, 나도 함께 구른다. 그것은 시간이다.
때때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에게 묻고 싶을 수도 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내가 필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고.
내가 어딘가를 올려다보고, 내가 찾는 것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올려다보는 곳은 결국 나 자신이다. 미래의 나이다.
구르는 시간 속에서, 나의 방향을 틀기 위해서는 잠시 뒤를 돌아보아야 할 때가 있다. 과거의 나이다.
물어봐야 하는 곳도 나 자신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가만히 옛 생각을 하고 있어도 세상은 변하고, 내가 나를 놓으면 어딘가에 처박힐지도 모른다. 그게 삼십 세의 나이다.
오묘한 문장 속에 삼십세가 된 나, 나의 과거, 엄마를 담은 시가 느껴졌다.
아래는 시 전문이다.
삼십세
네겐 햇빛이 필요하단다. 여자는 나를 유모차에 태우고 공원을 산책했다. 햇빛은 어디 있지요? 난 뭔가 만지고 놀 게 필요해요. 나는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여자도 어딘가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엄마, 라고 말했다.
얘야, 너는 잠시 옛날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리고 세상은 많이 변했단다. 여자가 유모차를 밀던 손을 놓았다.
구른 건 바퀴뿐이었을까? ······내 차가 들이받은 나무는 허리를 꺾었다. 나뭇잎 나뭇잎이 자지러지게 웃는 소리를 나는 들은 것 같다. 아아아, 내가 처박힌 여기는 어딜까?
당신, 왜 그래? 헝클어진 당신이 묻는다. 나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나요? 멈출 수가 없었어요. 나는 천천히 당신을 올려다본다.
당신도 어딘가를 올려다본다. 답을 구하는 태도는 누구나 유아적이군요. 그런데, 구른 건 정말 바퀴뿐이었을까요?
나는 엄마, 생각을 했다. 나는 방향을 틀기 위해 잠시 후진을 해야 한다. 천천히 핸들에 손을 얹고 뒤를 돌아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