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너머 남촌에는 (한국 시)
장르 : 시
1927년 1월 「조선문단 18호」 에 실린 파인(巴人) 김동환 시인의 시.
웹툰 「경성야상곡」 을 보고 갑자기 생각나 읽었다.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전까지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 있던 조선의 암울한 시기를 비유한 시이다. 빼앗긴 나라를 남촌에 비유해, 불어오는 남풍과 잃어버린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서정적인 내용, 그리고 잘 만들어진 운율이 아름답다.
다만 김동환 시인 본인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되어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 에 문학 분야 친일 행위자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희미하게 불어오는 봄바람, 조국의 향기와 빛깔과 소리를 그리워하지만 정작 역설적으로 본인이 그 희망을 버리고 친일에 가담하는 것…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 산 너머가 아니네?
어려운 시기에서 도망쳐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해는 되지만, 나라와 민족을 버리고 고혈을 짜내어 호의호식 하는 데에 공감하고 긍정해줄 수는 없다. 비록 내가 그 시기에 같은 입장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수도 있을지언정, 그래도 긍정해줄 수는 없다.
아래는 시 전문이다. 일제강점기 부근 옛 시라 한자와 옛 표현이 섞여 있어 현대어와 원문 버전을 별도로 인용했다.
산너머 남촌에는
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2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3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그리운 생각에 영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나끊였다 이어 오는 가느단 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아래는 시 원문이다.
산 너머 남촌에는
1
산너머 南村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南으로 오데.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내향긔
밀익는 오월이면 보릿내음새.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안오리
南村서 南風불제 나는 좋데나.2
산너머 南村에는 누가 살길내
저하늘 저빛갈이 저리고을가.금잔듸 너른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노래어느것 한가진들 들여안오리
南村서 南風불제 나는 좋데나.3
산너머 南村에는 배나무섯고
배나무꽃 아레에는 각씨섰다기,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자최안뵈나,끈었다 이어오는 가는노래
바람을 타고서 고요히들니데